걱정을 다루는 오래된 설명서 — 데일 카네기 『자기관리론』 오디오북을 듣고 | DAKER 커뮤니티

걱정이 많은 밤이면 저는 가끔 오래된 책을 찾습니다. 새로 나온 책이 주지 못하는 안정감 같은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고른 책은 『인간관계론』으로 잘 알려진 데일 카네기가 “걱정”이라는 한 가지 주제만 붙들고 쓴 『자기관리론』입니다. 이번에는 읽는 대신 들었습니다. 출판사 현대지성이 자사 유튜브 채널에 올린 공식 오디오북 「불안할 때마다 이걸 들어보세요|데일 카네기 자기관리론|전체 듣기」(https://www.youtube.com/watch?v=vqrFhlfJ0lE)로, 임상훈 번역의 현대지성판을 낭독한 영상입니다.

걱정은 최악부터 적어 보세요 — 데일 카네기 『자기관리론』을 듣고 (타이포그래피 카드)
코드로 만든 타이포그래피 카드입니다. 책 표지나 외부 이미지는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들어가기 전에 몇 가지를 적어 둡니다. 영상 길이는 6시간 49분이고, 머리말부터 4부 「평화와 행복을 부르는 7가지 자세」까지 담겨 있습니다. 제목에는 “전체 듣기”라고 되어 있지만, 설명란에는 오디오북 전체를 영상 2개로 나누어 올릴 예정이라고 적혀 있어서 이 영상은 그중 앞부분에 해당합니다. 설명란에 있는 도서 구매 링크는 이 글에 넣지 않았습니다.

바퀴벌레가 나오는 방에서 시작하는 책

책은 뜻밖에도 저자의 가장 초라했던 시절에서 시작합니다. 서른다섯 해 전, 카네기는 스스로를 뉴욕에서 가장 불행한 젊은이였다고 회상합니다. 어떻게 굴러가는지도 모르는 트럭을 팔았고, 넥타이를 집으려 손을 뻗으면 바퀴벌레가 흩어지는 싸구려 방에 살았다고 합니다. 그는 그 방에서 일을 그만두고 야간 학교에서 성인들을 가르치며 글을 쓰기로 결심합니다. YMCA 야간 강좌에서 대중 연설을 가르치다 보니, 수강생인 회사원과 영업사원, 엔지니어, 회계사들이 한결같이 걱정을 안고 산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것이 이 책의 출발점이 되었다고 합니다.

저는 이 머리말이 좋았습니다. 걱정에 관한 책을 쓰는 사람이 먼저 자기가 얼마나 걱정 많은 사람이었는지를 털어놓으니, 뒤에 나오는 조언들이 설교처럼 들리지 않고 경험담처럼 들렸습니다.

읽는 법부터 알려 주는 저자

본문에 앞서 카네기는 이 책을 활용하는 아홉 가지 제안을 내놓습니다. 걱정을 끝내겠다는 절실한 마음을 가질 것, 한 장을 적어도 두 번 읽고 넘어갈 것, 읽다가 멈추고 어떻게 적용할지 자문할 것, 밑줄을 칠 것, 매달 다시 읽을 것, 배운 것을 실천할 것, 규칙을 어길 때마다 알려 주는 사람에게 1달러를 주는 식으로 놀이처럼 만들 것, 매주 점검할 것, 적용한 일을 기록할 것입니다. 걱정에 대한 책이 아니라 무엇이든 배우는 법에 대한 제안처럼 읽혔습니다. 그는 이 책을 한 번 읽고 덮는 책이 아니라 곁에 두고 펼쳐 보는 “실용적인 핸드북”으로 여기라고 합니다.

네 개의 부, 하나의 흐름

영상에 담긴 네 부는 걱정을 다루는 순서대로 이어집니다.

1부 「걱정에 대해 알아야 할 기본 지식」의 첫 조언은 오늘에 충실하라는 것입니다. 카네기는 의학자 윌리엄 오슬러의 말을 빌려,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주어진 하루만 충실하게 살면 된다고 말합니다. 이어서 엔지니어 윌리스 캐리어의 “마법의 공식”이 나옵니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스스로 묻고, 어쩔 수 없다면 그 최악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하고, 그다음에 침착하게 그 최악을 조금이라도 낫게 만들 방법을 찾으라는 세 단계입니다. 1부는 걱정이 건강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사례들로 마무리됩니다.

2부 「걱정을 분석하는 기본 기술」은 조금 더 차갑고 논리적입니다. 먼저 사실을 파악하고, 사실을 검토한 뒤 결정하고, 결정했으면 실천하라고 합니다. 그리고 걱정이 생기면 네 가지 질문에 답을 적어 보라고 권합니다. 무엇이 문제인가, 원인은 무엇인가, 해결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가장 적절한 해결책은 무엇인가. 보험 판매원 프랭크 베트거의 사례가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지난 열두 달의 기록을 뒤져 보니 계약의 70%는 첫 만남에서, 23%는 두 번째 만남에서 이루어졌고, 세 번 이상 찾아가 공을 들인 경우는 7%에 그쳤다고 합니다. 그는 고객을 두 번 넘게 만나지 않기로 정하고 남는 시간을 새 고객에게 썼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방문 한 번당 실적이 두 배가 되었다고 합니다.

3부 「걱정이 나를 망치기 전에 걱정하는 습관을 없애는 법」은 여섯 가지 습관으로 정리됩니다. 바쁘게 지내며 걱정이 들어올 틈을 줄일 것, 사소한 일에 호들갑 떨지 말 것,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을 따져 볼 것(카네기는 이를 “평균의 법칙”이라 부릅니다), 피할 수 없는 일은 받아들일 것, 걱정에도 손절매 지점을 정해 둘 것, 그리고 이미 지나간 일에 매달리지 말 것입니다. 마지막 항목을 카네기는 “톱밥을 다시 켜지 말라”(3부)는 짧은 말로 표현합니다. 이미 톱질해 떨어진 톱밥을 다시 켜 봐야 나올 것이 없다는 뜻입니다.

4부 「평화와 행복을 부르는 7가지 자세」는 마음의 방향을 다룹니다. 평화와 용기, 건강, 희망에 대한 생각으로 머리를 채울 것, 적에게 앙갚음하려 들지 말 것, 감사를 기대하지 말고 주는 기쁨으로 베풀 것, 가진 문제가 아니라 받은 복을 세어 볼 것, 남을 흉내 내지 말고 나답게 살 것, 운명이 레몬을 건네면 레모네이드를 만들 것, 남에게 작은 행복을 주면서 자기 불행을 잊을 것. 영상은 이 일곱 가지를 정리하는 대목에서 끝납니다.

오래 머문 대목들

제가 가장 오래 곱씹은 것은 캐리어의 공식이었습니다. 보통 우리는 최악의 상황을 떠올리지 않으려고 애씁니다. 그런데 이 공식은 오히려 최악을 먼저 정면으로 보라고 합니다. 최악을 받아들이고 나면 더 잃을 것이 없으니, 그때부터 머리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걱정이 막연할 때 가장 크고, 이름을 붙이는 순간 작아진다는 것을 이렇게 단순한 세 단계로 보여 준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걱정에 손절매를 걸라”는 대목도 오래 남았습니다. 주식에서 손실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자동으로 팔도록 정해 두는 것처럼, 어떤 일에 걱정을 얼마나 쓸지 미리 한도를 정해 두라는 이야기입니다. 걱정도 자원이라는 관점이 새로웠습니다.

개발자의 하루에 겹쳐 보면

듣다 보니 요즘 개발자나 AI를 공부하는 분들의 하루와 겹치는 대목이 많았습니다. 장애가 났을 때 우리는 원인 분석, 대안 검토, 결정, 조치의 순서로 움직이는데, 2부의 네 가지 질문이 바로 그 순서입니다. 캐리어의 공식은 배포 전에 “최악이면 롤백하면 된다”를 먼저 확인하고 나서야 마음 편히 버튼을 누르는 습관과 닮았습니다. 대회 리더보드를 몇 번이고 새로 고치며 불안해하는 밤이라면, 오늘 할 수 있는 실험 하나에 집중하라는 1부의 조언과 걱정에 한도를 두라는 3부의 조언이 꽤 쓸모 있을 것 같습니다.

듣고 나서

이 책의 조언들은 새롭지 않습니다. 오늘에 충실하라, 지난 일은 잊어라, 감사하라.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 본 말들입니다. 그런데 카네기는 이 오래된 말들을 실제 사람들의 사례와 구체적인 절차로 바꿔 놓았습니다. 그래서 알고 있던 것을 다시 해 볼 마음이 들게 합니다. 저는 그것이 이 책이 오래 읽히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6시간이 넘는 낭독을 한 번에 다 들을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카네기의 제안대로 한 장을 듣고 잠시 멈춰 내 일에 어떻게 적용할지 생각해 보는 편이 더 이 책답게 듣는 방법일 것입니다. 오늘 밤 걱정 하나가 떠오른다면, 저는 먼저 그 걱정의 최악이 무엇인지 종이에 적어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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